9월에 내리는 비 / 유리바다-이종인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이다
또 비가 내린다면 그것은
미완의 사랑을 불러모으는 약속의
가을비일 것이다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어가는
이 땅의 편리한 만남과 이별 위에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의 말로 타일러 주겠지
아슬하게 걸친 정욕에 반지를 끼우며
주섬주섬 속옷만 가리고
서둘러 떠나야 했던 아침
붉은 손수건 같은 우리의 삶
가버린 사랑도
다가올 사랑도
이 비 그치고 다시 내린다면
공평하게 적시며 흐르는
붉은 열매 같은
가슴에 내리는 가을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