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방‥♡°

괄호 혹은 우물

소소리 바람 2010. 9. 6. 06:30

     
 

괄호 혹은 우물 - 김추인



나는 괄호다
괄호 속에 숨겨진 애인이다
만인의 연인이야
큰소리로 나발 불지만
누구도 내가 반듯한 자리 하나
내준 적이 없다
활호 속 함묵의 바다에는
목선 한 척
제 홀로 찰삭이다
제 홀로 떠나가는 배
지도에도 없는 실크로드를 흐르는 배
끝내 본 행간 속으로 편입되지 못한다
그래도 길손들이시여
괄호를 함부로 열지 마라
비린 독백을 꺼내지 말라
제 생이 쳐지고 무거워
제 홀로도 길이가 되고 우물인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