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길 - 시인 박민흠

첫길 /시인 박민흠 어느 곳에 첫 점을 찍을까 사랑으로 시작되는 길이다 새 날이 밝아오는 길이다 이제껏 오는 길을 열심으로 달려왔을 뿐 새로운 길이 앞에 있다 가다 보면 몇 갈레 길을 만날 지 알수 없지만 가지 않는 길도 가야하고 갈수 없는 길도 가야하고 길 없어 길을 만들며 가는 직선도 곡선도 아닌 바른길 지름길 비단길 외 딴길 뒤안 길도 가야하는 그 곳이 첫 점이다 나눔과 선택의 미학 그 출발점인 것이다 홀로가는 길은 멋있어 보이지만 외로운 길이다 시냇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물 속에 조약돌이 있기 때문이다 조약돌 하나를 서로의 가슴에 심어 예쁜 소리를 내자 시골길을 가노라면 온갖 생물들의 온기가 껴진다 돌담불에 탑을 쌓아듯 돌 하나를 얹어보고 하늘거리는 스스꽃다리 향내를 맡아 보고 메뚜기 개구리 잠자리 미꾸라지와 장난도 쳐보고 둘이서 가야 할길은 그런 길이다 알 수 없는 길 안에 열리는 하늘길 말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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