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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 박인환 낭송:박인희

소소리 바람 2009. 4. 17. 04:44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