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방‥♡°

아무 것도 아니었지

소소리 바람 2010. 9. 6. 05:43

     
 

아무 것도 아니었지



너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도 아무 것도 아니었지  
일회용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도 괜찮아
옷에서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알아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 것도 아닌 슬픔이 더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에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신현림

'영상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도 뜸이들면 찰지다   (0) 2010.09.06
내가 너를 사랑한다   (0) 2010.09.06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0) 2010.09.06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0) 2010.09.06
직접의 생명  (0) 201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