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방‥♡°

그리움도 뜸이들면 찰지다

소소리 바람 2010. 9. 6. 05:52

     
 

그리움도 뜸이들면 찰지다




밥을 안치다가 물을 잡으면서 
자박자박이라는 단어를 떠 올린다 
진 밥은 차라리 안 먹고 마는 
까탈아닌 까탈을 지금껏 부리고 살았다 
왜 자박자박이란 말이 떠 올랐을까 
내가 잡은 밥물을 누가 거슬러 올라오나 
어머님의 손이 스치다 사라지고 
아내의 손이 겹쳐져 보인다 
누군가를 설레게 해 본 적 있는가 
설레게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 
가슴뛰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자박자박하게 잡은 물이 
뜨겁게 자신을 뒤집으며 끓어올라 
그리움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면 
화차머리에서 처럼 콧김을 푼다 
그리움도 뜸이 들면 찰지다 
고슬고슬해진 그리움을 고봉으로 담는다 
알알이 느껴지는 그리움의 알갱이가 
자박자박 걸어서 내게로 온다
          ***  [김춘경의 '詩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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